[킹메이커관련보도] ‘고딩엄빠’ 화제 속…잘못된 성문화 우려하는 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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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서 임신과 출산 등을 떳떳이 밝히는 청소년들
-학부모 '성관계 미화' 걱정…일부는 "경각심 깨워줘"
-전문가 "성 문제로만 보지 말고, 교육차원에서 고민해야"
- /MBN 제공
“요즘 10대의 임신과 육아를 소재로 한 방송이 왜 이리 많은지...”
경기도에서 중학생 아들을 키우는 이인영(47·여)씨는 자녀와 TV를 볼 때마다 불안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
근 예능 프로그램 ‘고딩엄빠’ 등 청소년의 개방적인 성(性)문화와 육아를 소재로 한 방송이 전파를 타면서부터다.
그는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드는 시기에 자칫 성에 대한 잘못된 지식과 환상을 가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요즘 미디어에 등장한 10대 부모가 늘었다. 아이를 키우는 청소년들이 종합편성채널·OTT 등에 등장한 것이다.
방송에 직접 출연한 이들은 얼굴을 가리지 않고,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이성 교제, 임신과
출산, 양육과정 등 자신들의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밝힌다.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청소년기 성의 경각심
을 높여준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잘못된 성문화를 미화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10대 부모는 이슈의 중심에 자리했다.
10대 부모가 방송에 등장한 배경에는 ‘심리·정서적 변화’가 크게 자리잡고 있다. 과거 어린 나이에 예기치 못한 임신을
하면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를 의식해 세상과 단절한 채 지내는 이가 많았다. 허나 지금은 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 인정
받으려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 성교육 전문가인 이현숙 탁틴내일 대표는 “과거와 달리 이혼·미혼 가정이 많아지면서
가족의 형태가 점점 다양해져 정상 가족의 규범성이 옅어지고 있다”며 “사회 분위기가 달라진 만큼 자신을 드러내려는
청소년 부모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때 출산을 경험했다는 박모(25)씨는 “임신을 했을 땐 괜히 주변 시선이 두려워 주눅든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
은 당당해지려고 노력한다”며 “유튜브나 SNS에 아이와 함께하는 사진과 영상을 올려 ‘우리도 당당한 가족 구성원 중
하나’라는 걸 알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시선은 많다. 청소년들의 성 문제를 미디어 소재로 활용한 만큼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초등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 최영선(29·여)씨는 “청소년은 아직 사회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시기인데, 자칫 어린 나이에 한 임신을 사회가 공공연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될까 걱정”이라며 “나아가 어린 학
생들이 청소년기 성관계를 잘못된 관점으로 바라볼 것 같아 염려된다”고 했다.
부작용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성윤숙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나이가 어린 아동·청소년일수록
미디어에 노출되는 장면을 모방하는 경우가 많기에 성행위가 성행될 우려가 있다”면서 “10대 임신이라는 사회적 문제
를 단순히 가십거리로 접근할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최근 질병관리청 등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1~고3 성관계
경험 비율은 10년 사이 4.9%(2011)에서 5.4%(2021)로 증가했다. 그만큼 청소년들의 성문화 현상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에서는 성에 대한 경각심을 깨닫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청소년 부모를 8년간 지원해온 배보은
킹메이커 대표는 “나이가 어릴 수록 관계 이후 감당해야 할 부분을 무책임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방송에서 아이들이
실제 사는 모습을 보고 한 생명을 책임지는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현실적인 교육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방송을 접한 학부모들이 성교육의 중요성을 인지하다 보니 온라인 학부모 커뮤니티에서는 ‘소그룹 성교육 스터디를 제안한다’
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청소년 임신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재연 리플러스인간연구소 대표는
“청소년 부부를 단순히 성적인 문제로만 접근하는 사회적 시선 때문에 정서적으로 고립된 학생이 여전히 많다”며
“시대가 변한 만큼 사회가 나서서 학습과 생활적 부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예방 차원의 조치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제대로 된 성교육부터 지원해 청소년이 자신의 행동에
책임질 수 있도록 하는 게 먼저라는 설명이다. 유미숙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외협력국장은 “해외에서는
성교육을 주제로, 실물인형 자료를 활용해 양육과정을 간접 체험하는 실습교육을 하고 있다”며 “이는 성에 대한
절제와 생명에 대한 책임감을 동시에 기를 수 있는 만큼 일선학교에 도입해 교육을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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