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메이커인터뷰] 길에 사는 청소년부모에게 ‘119응급하우스’가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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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이진주(18, 가명) 씨와 김진오(17, 가명) 씨는 원가족과 살던 집을 나와 거리에서 잠을 청했다. 임신 사실이 밝혀진 이후, 양가 부모님 모두 출산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아이를 지키기 위해 가출을 감행했지만, 갈 곳도 먹을 것을 살 돈도 없었다. 한겨울 거리에서 노숙하며 2주를 굶은 그들이 찾은 곳은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으로 킹메이커에서 운영하는 ‘119응급하우스’였다. 배보은 대표(킹메이커)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아찔하다고 말했다.
임신 35주 차라 산모도 아이도 모두 위험한 상태였어요. 그대로 길에서 출산했다면 두 사람의 안전과 생명을 담보할 수 없었죠. 안정된 주거 환경만 있었어도 그렇게 위험한 상황에 부닥치진 않았을 거예요.”
청소년부모에게 주거 지원이 필요한 이유
킹메이커가 청소년부모 지원을 시작한 건 2015년이었다. 처음에는 킹메이커에서 만난 몇몇 사람들과 ‘위기 청소년’을 돕는 일을 했다. 그런데 현장을 찾아가 보니 쪽방에 돗자리 하나 펴고 잠을 자면서 굶고 있는 청소년 부모들이 많았다.
한부모라면 지원받을 방법이 있었을 텐데, 사실혼 관계라는 이유로 지원을 못 받는 상황이었어요. ‘국가가, 사회가 안 하면 우리라도 하자’라면서 세 명의 엄마들이 모였어요. 아이를 키워본 경험이 있으니 산후조리도 해주고, 병원도 같이 가고, 아이도 돌봐주고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어요.”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개개인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주거보증금을 마련하다 보니 한계에 부딪혔다. 그때 만난 게 아름다운재단이었다. 그간 청소년부모의 사례가 있을 때마다 킹메이커와 연결해오던 유미숙 국장(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의 제안 덕분이었다. 그 인연을 계기로 2019년부터 킹메이커,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아름다운재단은 청소년부모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사례 관리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유미숙 국장(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은 주거 지원의 효과성을 강조했다.
지원 초기에는 다른 지원보다 주거 지원이 더 효과적이에요. 주거비를 지원받으면 생활비가 줄어드는 효과가 나는 건 물론이고 마음이 안정되니까 다시 뭘 해보려는 의지도 생겨요. 다른 생각을 할 여지가 생기는 거죠. 고등학교 졸업을 해볼까, 직장을 알아볼까 하면서 삶이 더 나아지는 계기가 되는 거 같아요.”
안전한 주거지 확보는 청소년부모에게 가장 시급했던 문제이기도 하다. 배보은 대표는 주거지가 안정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임신, 출산, 양육을 하며 각종 위기와 범죄에 노출되는 청소년부모들을 많이 만났다. 길거리 출산과 양육은 신생아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다. 게다가 주거지 없이는 공적 지원을 받기도 어렵다.
행정 서류에는 항상 주소지를 써야 하잖아요. 그래야 우편물을 받고 지원도 받을 수 있죠. 올 2월에 찾아온 청소년부모도 아름다운재단의 주거 지원으로 주소지를 확보한 덕분에 출산 지원을 받았고, 안전하게 아이가 태어날 수 있었어요.”
‘초밀착사례관리’로 자립의 길에 들어서는 청소년부모들
현재 이진주(18, 가명) 씨와 김진오(17, 가명) 씨 부부는 조건 없이 즉시 입주가 가능했던 ‘119응급하우스’에 두 달간 머물다 ‘인큐베이팅 하우스’로 입주해 안전하게 출산을 마쳤다. ‘인큐베이팅 하우스’는 단순히 주거비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담당 멘토가 생활, 출산, 양육 등을 1:1로 밀착 지원한다. 말 그대로 ‘초밀착사례관리’다. 그들은 주거가 안정되자마자 짧은 시간 안에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이런 노력은 원가족과의 관계 회복으로도 이어졌다.
집을 구하는 일 자체가 쉽지 않아요. 청소년들이 가면 집을 보여주지도 않으려는 부동산도 많고, 아이가 있다는 이유로 입주를 거부하는 사례도 많아요. 주거비가 마련된다 해도 이런 어려움 때문에 청소년 부모들은 모텔이나 쪽방, 찜질방으로 내몰려요. 저희가 집을 구하는 일부터 생활 전반까지 초밀착사례관리를 하는 이유예요.”
유미숙 국장(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은 이러한 주거 지원이 청소년부모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를 연구 중이다. 최근 인터뷰했던 한 지원자는 쌍둥이를 키우면서 대학을 다시 다니게 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전했다. 검정고시 통과 후 사회복지를 공부하거나 스스로 준비해 임대주택에 입주한 사례도 있다. 비주택을 벗어나 안정된 주거 환경을 찾은 덕분에 자립을 도모하게 된 사례들이다.
인터뷰를 진행한 날은 <자녀양육 청소년 부모 지원을 위한 국회 정책세미나>가 열린 날이기도 했다. 두 사람은 이날 세미나에서 ‘119응급하우스’와 ‘인큐베이팅 하우스’, ‘초밀착사례관리’의 모델과 사례를 소개하고 정책 변화를 촉구했다. 배보은 대표는 마지막으로 더 긴급하고 적극적인 정부와 시민사회의 개입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청소년부모’라는 이름도 없었어요. 사실혼 관계란 이유만으로 모든 복지제도에서 외면 받던 청소년들에게도 이름이 생긴 거예요. 119응급하우스, 인큐베이팅 하우스, 초밀착 사례 관리 모두 저희가 현장에서 부딪히면서 만든 이름이에요. 해봤더니 자립할 준비가 되더라는 거죠. 정부와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개입과 변화를 촉구하면서 저희는 저희대로 현장의 사례와 모델을 지속해서 만들어나가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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