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부모관련기사] 쓰레기 쌓인 집 삼남매..사연은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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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 전 삼남매의 집 화장실(왼쪽)과 청소 이후 모습(오른쪽)
■아이 둘 홀로 키운 엄마, '기댈 곳'이 없었다
엄마는 경기도 군포시에서 두 아이를 홀로 키우는 미혼모였습니다. 20대 초반인 엄마는 아이들을 고등학생일 때 낳았습니다. 아이들의 아빠는 입대 뒤 연락이 끊겼습니다. 엄마는 어렵게 구한 직장에 양해를 구해 아이들을 데리고 다녔다고 합니다. 24시간 이어지는 육아에 생활고까지…. 스트레스는 걷잡을 수 없이 쌓여갔습니다.
퇴근 뒤 널어놓은 빨랫감이 어지럽혀진 걸 본 엄마는 솟구치는 화를 이기지 못했습니다. 어린아이들의 장난을 받아들일 마음의 여유가 엄마에겐 없었습니다. 엄마는 눈에 보이는 옷걸이를 집어 아이들의 등을 때렸습니다. 경기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이웃의 신고를 받고 아이들의 상처를 확인한 뒤, 엄마와 아이들을 분리 조치했습니다.
기관이 주목한 건 이 가족의 사연이었습니다. 아이들을 언젠가 가정에 복귀시키기 위해선 엄마의 심리치료가 우선이라고 봤습니다. 상담 시작부터 엄마는 사연을 털어놓으며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고 합니다. 자신의 행동에 반성하고, 학대 사실을 인정한다고도 했습니다. 엄마는 기관과 경찰의 조사를 받은 뒤, 사회봉사 120시간을 이수했습니다.
분리조치 직후 아이들의 등 상태 (사진제공 : 경기 아동보호전문기관)
■다시 만난 엄마와 아이들, '웃음' 되찾았다
반년 간 이어진 상담과 치료 끝에 아이들은 지난달 엄마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엄마를 보고 싶어 했다고 합니다. 지자체와 기관은 엄마가 일하는 시간에는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갈 수 있게 조치하고, 상시 모니터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또 양육지식이 부족한 엄마에게 부모교육과 가족관계 개선 교육도 듣도록 했습니다.
이 가족을 지원하고 있는 경기 아동보호전문기관 신재학 팀장은 "며칠 전엔 엄마와 아이들이 같이 여행을 다녀왔다고 한다"며 "아이들은 전보다 더 밝아지고 어머님도 기관에 협조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신 팀장은 학대 아동을 분리하는 게 근본적인 해결이 아니라, 부모가 학대 사실을 깨닫고 재발하지 않도록 교육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학대 사실을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조치와 교육을 통해 엄마와 아이들이 새 삶을 되찾은 이번 사례가 신 팀장은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신 팀장은 "이번 경우처럼 주변 이웃들과 기관이 적절한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면, 더 큰 피해를 막고 근본적인 해결을 함께 모색해나갈 수 있다"며 이웃의 관심을 촉구했습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두 가정의 소식이 알려진 뒤 많은 분들은 다행이라며 안도했지만, 일부는 아이들이 다시 학대 위험에 놓이진 않을까 우려를 표했습니다. 이에 두 가정의 사례를 관리하고 있는 지자체와 기관은 KBS 취재진에게 "각 사례의 가정은 주 1회 이상 방문하며 아이들의 상태를 살피고 있고, 현재 그 어떤 아이들보다 밝고 건강한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이유민 기자 (reas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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