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메이커기사]가난마저 세습되는 한부모 가정... 아동 빈곤율 47.7%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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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부모가족 빈곤실태와 정책대안 토론회
한부모가정 아동 박탈률 63.7%…양부모 9.1%
아동기 빈곤경험 빈곤 대물림으로 이어져
각 가정 상황에 맞는 제도지원 필요
김영주 국회부의장이 5월 10일 한부모의 날을 기념해 ‘한부모가족 빈곤실태와 정책대안’을 주제로 9일 서울 영등포 국회도서관에서 토론회를 개최했다. ⓒ박상혁 기자
김영주 국회부의장이 5월 10일 한부모의 날을 기념해 ‘한부모가족 빈곤실태와 정책대안’을 주제로 9일 서울 영등포 국회도서관에서 토론회를 개최했다. ⓒ박상혁 기자
“저와 아이는 기초 수급자 가정으로 월 100만원 받아 겨우 생활하는데, 아이 아빠는 직업이 변호사에 면접 교섭에 3억 짜리 포르쉐를 끌고 오면서도 돈이 없다고 양육비를 주지 않고 있어요. 법원과 각종 지원단체에 도움을 요청해도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하더라고요.”
답답한 현실을 호소하는 한부모가족 당사자들의 절규에 한부모가족 토론회에 주어진 시간을 넘기고도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뜨지 못했다. 주최자인 김영주 국회부의장은 토론회 이후 약속됐던 박민식 국가보훈처장과의 만남을 미루고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한 뒤 그들에게 “저희(국회)가 한부모가족이 겪는 문제를 더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김 부의장은 5월 10일 한부모가의 날을 기념해 ‘한부모가족 빈곤실태와 정책대안’을 주제로 9일 서울 영등포 국회도서관에서 토론회를 개최했다. 김 부의장은 개회사에서 “아이를 낳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이 건강하고 보호받는 환경에서 자라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아이들이 빈곤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토론회의 의의를 밝혔다.
앞서 3일 국회부의장 직속 정책 자문기구인 ‘빈곤 아동 정책 자문위원회’가 발족했다. 부의장 직속 자문위는 헌정사 첫 사례다. 이번 토론회는 자문위 출범 후 첫 행사다.
한부모가정 박탈율 63.7%…아이들에 부정적 세계관 심어
한부모가족 빈곤 현황 ⓒ여성신문
우리나라 한부모가족의 아동빈곤율은 2021년 기준 47.7%로 양부모가족의 아동빈곤율 10.7%보다 4배 이상 높다(국회입법조사처 ‘미혼부모·한부모 자립지원 실태와 과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1.9%보다 15.8%p 높다. 한부모가족 아동빈곤율이 가장 낮은 덴마크(9.7%)보다 38%p나 높은 수치다.
한부모가정은 맞벌이가정은 물론 남성홀벌이가정에 비해서도 경제적으로 취약한 상태에 놓여있다. 한부모가정의 월평균소득은 245.3만원으로 양부모가정 416.9만원의 절반을 겨우 넘으며, 비자가율은 70.4%로 맞벌이가정(32.4%)과 남성홀벌이가정(35.0%)의 두 배를 넘는다. 한부모 네 명 중 한 명은 육아와 경제활동의 병행에 어려움으로 미취업 상태에 놓여있다.
한부모가정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경제적 빈곤 문제는 아동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주거·식생활·건강·교육 중 2개 이상에서 박탈을 경험한 아이들의 비율을 조사한 결과 양부모가정은 9.1%의 아이들만이 이에 해당된 반면 한부모가정 아이들은 63.7%가 해당돼 7배가량의 차이를 보였다.
송다영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빈곤한 한부모가정의 아이들은 빈곤의 대물림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보통의 아이들은 꿈이 크고 다양한 시도를 통해 성장하는 반면 빈곤한 상태에 놓인 아이들은 처음부터 꿈을 포기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평생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아동 빈곤은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고 설명했다.
청소년·정신장애·이주민, 각자 다른 환경 놓인 한부모가정
토론자들은 한부모가정들이 위기에 빠지는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고 설명했다. 청소년부모를 지원하는 배보은 킹메이커 대표는 “육아와 학업, 거기에 생계까지 감당해야 하는 청소년 한부모가정의 부모들은 어느 하나도 몰두할 수 없다. 이들이 겪는 좌절감과 무기력함은 자녀에게도 양육 빈곤과 정서적 위협을 안긴다”며 “청소년 한 부모가 맞는 가장 큰 위기는 정부 수급이 끊기는 만 20세와 만 24세다. 정부가 안정적이고 탄력적인 돌봄 지원체계를 제공해 이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다양한 경험과 도전을 통해 자립을 준비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울장애·불안장애·공황장애 등이 있는 여성정신장애인 한부모가정의 경우 임신을 인지하기조차 어렵고 원가족과 단절된 경우가 많다. 때문에 빈곤 상태에 놓여 육아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 아동폭행이나 유기 등의 문제가 생기기 쉽다. 한부모가정은 강영실 애란원 원장은 “임신한 직후부터 지역사회와 국가가 이들을 지원해야 한다. 여성과 아이 모두를 보호하는 종합지원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문화 한부모가정을 빈곤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으로는 한국인 아버지의 양육비 미지급이 지목된다. 한부모가정이 된 이주여성과 아이는 재산분할과 위자료를 받기 어려워 자연스레 배우자의 양육비에 의존하게 된다. 구본창 배드파더스 대표는 “한국인 아버지들이 이혼한 이주여성에 양육비를 주는 비율을 약 5%로 추정된다. 한국인 한부모 여성(20%)과 큰 격차를 보인다”며 “양육비 지급률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한 싱글맘 “양육비 회피 문제에 국가 적극적 개입해야”
양육비 제재조치 과정과 기간 ⓒ사단법인 양해연
토론회 말미에는 세 명의 싱글맘이 마이크를 쥐고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양육비를 회피하는 아이 아빠들에게 국가가 책임지고 추징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첫 발언에 나선 싱글맘 A씨의 경우 이혼한 배우자가 해외 도피 후 잠적해 재판까지 마쳤는데도 양육비를 받지 못했으며, 또다른 싱글맘 B씨는 변호사인 전 배우자가 아이 면접 교섭에 고급 외제차를 몰고 나와도 그의 명의로 된 재산이 없다는 이유로 양육비를 받지 못했다. 홀몸으로 아이를 성인까지 키워낸 C씨는 “아이가 8개월일 땐 너무 힘들어서 아이와 같이 죽으려고도 했다”며 울먹였다.
양육비 미지급으로 한부모가정이 고통을 겪는 문제는 예전부터 고질적으로 지적돼왔다. 이영 양육비해결총연합회 대표는 “2014년 양육비 이행을 지원하는 법률이 제정됐지만 지금도 양육비 소송에 평균 4년이 소요된다. 생계와 양육 두 가지만으로도 버거운 양육자가 장기간 소송에 매달리는 것은 어렵다”며 양육비 이행제도절차의 간소화를 주장했다.
독일, 스웨덴, 핀란드 경우 미지급된 양육비를 국가가 대신 지급하고 미지급자에게 비용을 청구하는 ‘양육비대지급제도’가 존재한다. 세 나라의 한부모가정은 양육비를 받지 못했을 경우 국가에 우편 또는 온라인으로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대지급제도를 신청하면 심사 이후 양육비를 안정적으로 지급받을 수 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한국에도 양육비대지급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한부모가정 일상의 평온함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아동빈곤율 감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국가가 직접 미지급자를 추징하게 됨으로써 양육비를 의무적으로 이행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도 생긴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양육비대지급제도를 둘러싼 논의는 국회에서 이뤄지고 있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각각 2021년과 올해 ‘양육비 대지급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으며 두 법안 모두 소관위 접수 상태로 계류 중에 있다.
출처 : 여성신문(http://www.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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